고속도로 입석 금지, 광역버스 막았더니 일반버스 달린다

시행 4년 앞뒀지만 일반형 시내버스 입석 승객 태우고 고속道 질주 '아찔'

시흥시 “어쩔 수 없다”·고양시 “고속도로 이용 아니다” 항변

▲ 안전을 위해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광역버스 입석 운행을 금지했지만, 일반형 시내버스는 아무런 제재 없이 고속도로 입석 운행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9일 퇴근길 입석 승객을 가득 태운 5602번 일반형 시내버스(경기 시흥시)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모습.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고속도로 입석 금지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일반형 시내버스는 여전히 고속도로에 입석 승객을 태우고 최고시속 80km로 질주하고 있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서남부권(수원·안양·안산·시흥)에 거주하는 직장인이 몰리는 서울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환승센터. 지난 29일 퇴근시간대에 경기 시흥으로 향하는 일반형 시내버스 5602번을 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버스가 도착하자 직장인, 학생들이 줄줄이 올라탔다. 좌석은 금방 만석으로 변하고, 입석 승객도 발생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출발해 제2경인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직전까지 승객은 상승추세를 그렸다.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전, 진입 이후 ‘안전벨트’를 착용해 달라는 안내방송도 없었다. 좌석에 설치된 안전띠를 착용한 승객도 찾아 보기 힘들었다. 관련 법령에 ‘고속도로 진입 전 안전벨트 착용을 안내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버스는 속력을 높이며 10여분만에 목감IC로 진출했다.

일반형 시내버스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일은 관리감독의 소홀함에서 기인했다. 교통당국이 고속도로 입석을 금지하고 광역버스에 집중하는 사이 지자체의 인허가권이 있는 ‘일반형 시내버스’는 감시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

입석 금지라는 교통당국의 움직임에 지자체가 동참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사실상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7월 광역버스 입석금지가 시행됐지만, 시내버스의 고속도로 입석 운행을 단속할 수 있는 규정은 전무하다. 심지어 이번 사례에 대해 국토부, 경기도 모두 인지하지 못했다.

취재 결과, 시흥 5602번을 제외하고도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일반형 시내버스는 더 존재했다. 시흥시 인허가 노선인 5604번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대교를 경유하는 고양 96번 버스가 대표적이다.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좌석 안전띠 착용 대상을 광역급행형으로 한정했지만, 입석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면 도로교통법에 저촉된다”며 “일반형 시내버스가 입석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경찰청도 같은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속도로 전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입석 승객을 태웠다면 안전벨트 미착용 뿐만 아니라 승차정원 초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오는 9월부터 안전벨트 단속이 강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흥시 관계자는 “일반형 버스임에도 좌석 안전벨트를 설치했고, 일반형 시내버스의 입석 운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국토부의 해석대로라면 일반도로를 다니는 모든 시내버스도 입석을 금지해야 하는 논리”라고 비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이어 “광역버스 형간전환 시 증차가 이뤄져야 하지만, 서울시가 거부하는 상황이다. 형간전환으로 인한 피해는 시흥시민에게 돌아오게 된다”며 국토부와 서울시로 잘못을 떠넘겼다.

고양시 관계자도 “일산에서 김포로 이동하기 위해 김포대교(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할 뿐,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아니다. 운행 목적을 봐야 한다”며 “시속 60km로 속도를 제한해 운행하는 만큼 안전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반면 경기도 관계자는 ”고속도로 입석 금지는 안전을 위해 시행된 만큼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버스 운행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시내버스(일반형)의 인허가권은 지자체에 있는 만큼 지자체의 지도 감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 김해시는 이달 19일부터 자동차전용도로인 ‘창원터널’을 경유하는 일반형 시내버스 4개 노선를 모두 좌석형 시내버스로 형간전환해 운행에 나서 경기 시흥, 일산시와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