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공측량 성과심사 규정, 문제 있지만 관습대로”

▲ 공간정보산업협회가 국토교통부 소속 국토지리정보원의 ‘공공측량 성과심사 실태조사’에 반발, 일방적인 업무 이관 추진이 아닌 상생 발전을 위한 해법 모색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정부 정책 수행 과정에서 법률상 위임을 받지 못한 민간단체인 공간정보산업협회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동참을 요청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불참’ 통보를 받은 상황에서 실태조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 공간정보산업協 “권한 없는 불법 감사···흠집내기용 표적 감사”
본보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국토지리정보원’이 오는 9일부터 13일간 ‘무려’ 닷새간 공간정보산업협회에서 수행 중인 공공측량 성과심사 위탁 사무와 관련된 실태점검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점 점검사항은 ▲성과심사 수행 관련 ▲별도 법인 분리 추진 관련 ▲특별회계 예산·지출 관련 등이다. 공공측량 성과심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도 담겼다.

이에 협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표적 감사’라고 강력 반발했다. 공공측량 업무는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으로, 국토지리정보원은 아무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별도 법인 분리 등 현재 당국과 협의·추진 중인 사안까지 닷새간 들춰보며 ’꼬리잡기‘에 나서겠다는 모양새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 관계자는 “법령 상 공공심사 성과심사는 장관이 협회에 위탁한 업무이지만, 시행령에 보면 지리원장에게 위임한 업무도 존재한다. 법 조항에 문구상으로 보면 문제는 있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리, 지도감독)행위를 지리원에서 꾸준히 진행해왔기 때문에 상황적으로 지리원에서 실태점검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법령상 모순이 존재하지만, 관습법 차원에서 국토지리정보원이 공공측량 성과심사 업무를 지속 운영해 왔다는 것이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법령 상 위탁업무의 범위에 없는 내용에 대한 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 위법사항이 있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공간정보구축법 시행령에 공공측량 성과심사 업무는 지리원장이 위임받은 내용”이라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 시행령 103조(권한의 위임)를 보면, 국토지리정보원장에게 위임된 업무는 ’제104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측량성과 심사수탁기관 지정에 따른 신청 접수, 지정 및 공고‘로 규정돼 있다.

동법 제105조(귄한의 위임 위탁 등)가 ‘공공측량성과의 심사업무’를 국토부장관이 공간정보산업협회에 위탁한다는 직접적 명시 조항을 사실상 무효화했다. 논란과 억울함이 생기는 대목다.

공간정보산업협회 관계자는 “해당 법규는 심사수탁기관 ’지정‘에 관한 내용일 뿐 공공측량 성과심사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위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업무는 국토부장관이 협회에 직접 위탁한 내용으로 지리원의 실태조사는 권한남용이자,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 공공측량 성과심사 ’갈등의 골‘ 점점 깊어져
사실 공공측량 성과심사에 관한 정부와 협회의 실무협의는 지속적으로 열렸다. 올해 1월과 3월에 협회와 국토지리정보원이 이 문제를 두고 만난 것.

올 1월 정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위탁업무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계획서를 협회가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협회가 정부 정책에 따르지 않고 업무를 지연할 경우, 협회 제안이 아닌 제3의 기관을 추가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위력도 행사했다. 협회에게 직원 고용 승계를 무기로 압박한 것.

심지어 구체적인 자료도 없이 협회 업무에 대한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성과심사기관 이전에 따른 기관 존립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상생 발전’이라는 정부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방향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협회에서는 지난 20여년간 진행해 온 지형측량, 성과심사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정부가 일시에 부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협회의 존재 의미를 없애버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그동안 위탁사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당시 국토지리정보원, 현 국토부가 무능했다는 것을 자백하는 자충수에 불과하다.

■ 힘 없는 영세업종만 위탁? 타 업종 특혜 ‘논란’
공공측량 성과심사 업무에 대한 갈등이 생긴 계기는 다름 아닌 ‘세월호’ 참사다. 사고 발생 원인이 소위 ‘셀프심사’로 밝혀지면서 부터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토부는 산하 위탁업무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다. 그 결과, 개선안에 전체 65개 기관 중 공간정보산업협회의 위탁 업무를 포함해 8개 기관의 업무를 이관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이때부터 공간정보산업계의 반발이 시작됐다. 업계는 이관 대상기관 지정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타 협단체의 평가업무 이관은 흐지부지되고, 수행능력 적합여부, 업자 처분 규정 등 강력한 권한을 가진 부동산투자 분야 기관은 이관 대상에서 제외된 것. 대형업체들이 속해 있는 기관은 일종의 특혜를, 영세업체들이 모인 곳에만 엄격하게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의무 위반이 없더라도 중대한 공식 상의 필요가 발생한 경우나 원래의 처분을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 등이 생겼을 때 철회할 수 있다’는 설명에서 논리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정부 위탁 업무를 이행하면서 안전사고 등 물의를 빚은 적이 없음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반증이다.

■ 공공측량 성과심사 업무 이관, 민간 상생·일자리 창출방안 연계 必
공간정보산업협회는 성과심사 업무 이관에 대해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민관의 상생협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의 일방적인 이관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 관계로 현안에 대해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간정보산업계는 지금까지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배제했다고 느끼고 있다.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간정보산업협회 관계자는 “공공측량 성과심사가 협회 수익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무작정 이를 이관한다고 하는 것은 ‘생존권’과 연결된 사안”이라며 “협회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새 정부의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문제에서 국토부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공공 측량은 도로의 기본설계, 하천 기본계획, 도시계획 등 품질 관리와 측량 기초로 활용되는 자료로, 국민 안전과 공공시설 관리의 측량 성과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생명이다. 국내 공공측량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65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공간정보산업협회의 경우, 1988년 1월 측량법에 따라 장관의 권한을 위탁받아 공공측량성과심사를 진행해 왔다. 이후 꾸준히 법령 개정과 2013년 업무 수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한 차례 등장했음에도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적합한 기관으로 결론나 위탁업무를 지속 수행, 오늘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