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특집 – 항공] 항공정비 취약… 정비산업 발전 항공안전 첩경

저비용항공사, 몽골서 정비 ‘외화 낭비’···투자 불안 요인 제거 시급

지역 균형 발전, 항공산업 육성 걸림돌
인천공항, 사실상 ‘이착륙’ 플랫폼 전락

항공산업, 안전에 특히 촉각을 세우는 산업이다.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참사로 연결되는 비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항공기를 이용한 전통적 항공산업 뿐 아니라 무인항공기(UAV, Unmaned Aerial Vehicle)산업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항공당국도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항공산업은 ‘안전’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외형적인 성장에만 몰두한 결과다. 항공산업이 비정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항공 여객·화물 물동량은 크게 성장했다. 지난 2017년 항공여객은 1억 936만명 기록, 역대 최고실적을 갈아 치웠다. 2016년 국내 항공 여객 1억 391만명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중국노선 실적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최고치를 거둬 항공업계가 활짝 웃었다.

하지만 MRO(항공정비)시장은 걸음마도 못 뗀 수준이다. 항공업계의 두 축인 ‘수송’과 ‘정비’분야에서, 정비분야의 엔진이 꺼진 체 고공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항공정비시장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심지어 항공당국의 권고수준에도 못 미친다.

국토교통부 권고사항을 보면 국적 항공기 1대당 적정한 항공정비사 인원은 17명이다. 이를 만족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밖에 없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아직도 권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적 LCC의 보유 항공기가 100대를 돌파했지만 자체 격납고, 정비업체가 전무한 점을 볼 때 항공업계가 안전 투자에 얼마나 소홀히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해외유출 비용만 연간 7,6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세계 MRO시장에서 유럽, 중국, 싱가포르업체에게 몰려 국내 LCC는 정비는 몽골MRO의 문을 두드리는 처지다. 국적 LCC는 규모에 빌려 글로벌 MRO시장에서 ‘찬밥’ 신세다.

사실 여객과 화물 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MRO시장도 성장하는 것이 정상적인 산업 구조다. 하지만 항공당국의 외면과 업계의 소극적인 정비 투자가 맞물리면서 MRO시장은 후순위로 밀려, 국내 시장이 형성조차 되지 않았다. 글로벌 항공수요가 늘어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인 ‘항공정비분야’를 완전히 놓친 셈이다.

■ 정치 논리, 투자 불안 가중
정치적 요인도 MRO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하에 항공사 및 MRO업계 모두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인천공항 인근에는 120만㎡ 규모의 MRO클러스터 부지가 마련됐다. 이 부지는 여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맹지’로 방치됐다. 관련 투자도 유치하지 못했다. 항공산업의 핵심 자산인 동북아 허브공항 ’인천공항‘을 단순히 ’승객과 화물 수송‘, 즉, 비행기 이착륙 전용의 플랫폼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국토부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MRO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부지원 MRO사업‘ 대상지로 경남 사천을 선정했다. 인천이라는 지리적 요충지이자, 항공업계의 중심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모두 포기한 결정이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4차 산업혁명’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드론산업’도 위기에 봉착했다. 이전 기관으로 지목된 인천 소재 ‘항공안전기술원’의 ‘UAV(드론) 종합 시험·인증·체험 클러스터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

■ 항공당국, 안전공시 의무화 시급
이와 동시에 국토부는 항공산업의 정비 등 안전관련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안전투자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관련 규정 마련에 착수한 것.

대상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국내 9개 국제항공운송사업자와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를 포함한 총 11곳이다. 이 제도가 운용되면, 앞으로 항공사는 항공기 운용 상황 및 정비·운송·객실 안전 시스템, 교육·훈련 등과 같은 정보를 공시해야만 한다.

당국은 이를 통해 항목별 투자액 증감 추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업계 자율경쟁을 촉발해 취약 분야로 지목되는 ‘안전분야’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투자 공시 제도는 안전개선 활동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현실을 개선하려 마련한 제도”라며 “항공사와 공항운영자가 안전 분야에 대한 자발적인 투자계획을 공시하도록 해 항공안전 신뢰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무인항공기 시장 급성장
무엇보다 최근 항공산업에서 ‘무인항공기(UAV)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취미용부터 상업용까지 다양한 무인기가 비행 중이다. 이를 위해 항공안전기술원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관련 산업 육성 등을 위해 기술원은 ‘UAV’ 안전증진 및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우수기업 지원 및 육성, 각종 인프라 구축 등에 앞장 서고 있다.

항공안전기술원 관계자는 ”무인기 안전 증진을 통해 상업용 드론시장 수요를 발굴하고, 관련 정책 및 제도를 접이해 무인항공분야 산업의 안전을 높이고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낙후된 항공산업 발전 기반 마련을 위해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항공안전 전문기구로 자리매김, 잠재적 항공안전 위해 요인을 분석하고 식별해 개선하는 업무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에 따른 대응이다. 특히 항공인증기능의 효율 향상을 위하 기존 항공우주연구원,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 분산됐던 업무를 일원화해 행정 효율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