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산업구조 혁신 방안 놓고 ’동상이몽‘

종합업계 “전문업종 특혜” ’불만‘ Vs. 전문업계 “불공정 관행 뿌리 뽑아야”

시설물유지관리 ’업역 개편‘ 1순위 한목소리···관련 업계 ’협의 안 된 사안‘ 강력 반발

‘칸막이식 업역 규제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건설산업의 미래는 없다’ 이는 20년 전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에서 건설산업의 혁신을 고민하면서 얻은 연구용역의 첫 페이지에 적힌 문구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건설산업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미래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다 갈등만 더 커졌다.

보다 못한 정부가 칼을 뽑고 ‘건설산업 혁신 방안’ 마련에 나섰다.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용역을 맡은 국토연구원이 5일 중간결과인 ‘건설산업 생산체계의 개선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칸막이식’ 업역 규제를 완화해 건설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종합-전문으로 양분된 업종간 기술 경쟁과 상생 협력을 촉진을 촉진하기 위한 ‘상호 시장 진출 활성화’ ‘유사업종 통합 등 업종 체계 개선’ 등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여기에 자본금 기준 완화, 기술능력 기준 강화 등 건설업종 등록기준도 개선해야 될 필요성이 언급됐다.

국토연구원의 개선 방안이 공개된 이후 반응은 속한 업종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었다. 특히 건설산업 혁신의 필요성에서는 적극 공감했지만, 업종별로 각기 다른 부분에서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췄다.

학계 “4차 산업혁명 키워드 ‘통합·협업’···소모적 논쟁 지양해야”
동국대학교 김상범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학계의 입장에서 원론적인 문제를 짚었다. 건설산업이 경직되고, 법과 제도가 매우 복잡해 오늘날과 같은 위기가 찾아왔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건설산업이 다방면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학교에서는 외면을 받고 있다”며 “모든 문제를 수요자 입장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통합과 협업이다. 건설산업도 이 흐름(trend)를 따라 가야 한다”며 “시공(건설산업기본법), 엔지니어링(건설기술진흥법), 소방, 전기 등을 법으로 나눈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해외 학회에서 국내 법, 제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마땅히 한국 건설산업의 현황을 설명할 길도 없다고 성토했다.

김 교수가 지목한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만든 법 체계’였다. 국가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란 설명이다.

그는 “뺄셈의 철학이 필요하다. 절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더해선 안 된다”며 “특정 업종은 별도로 발주하라는 식의 규제를 없애는 등 뺄 수 있는 대목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상범 교수는 여기에 미래에 대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 업역 논쟁은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부득불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특정 업역을 피해자나 약자로 인식해선 안 된다”며 “사회 통합적인 관점에서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現 건설산업, 그들만의 리그···종합/전문 분류는 ‘신분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신영철 단장은 시민의 입장에서 건설산업의 문제나 개선방안을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간 200조원 규모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 만큼 그 이면에는 복잡다난한 법과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 짐작했다.

신 단장은 “건설산업은 아마도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 일반적 시각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기에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등으로 구분된 오늘의 상황은 ‘새로운 신분제도’”라고 말했다. 역할과 기능을 구분 짓는 신분제도(업역/업종 분리)가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건설산업의 칸막이식 업역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켰다면, 아마도 해외에서 벤치마킹했을 것”이라며 “실상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전문 업종이 종합 업종에게 종속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하도급을 통해 건설산업의 다양한 부조리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저가 하도급, 부당특약에 따른 불공정 거래, 불법 다단계 하도급, 하도급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신 단장은 “칸막이식 업역 구분으로 인해 하도급 종속성만 키웠고, 여기서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는 만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건산법 상 전문건설업체는 ‘원수급자(원청)’가 될 수 없는 구조이지만, 분리발주나 소규모 복합공사로 인해 전문건설업체가 원청사가 되는 것은 기본 틀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제도적 모순을 꼬집었다.

그는 ”건설산업 구조 개선 노력이 수십년 전부터 시도됐지만,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사이에 큰 위기가 도래했다“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업계가 어느 정도 양보하면서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종합건설업 ”전문업계 지나친 특혜···종합업계 지원책도 필요“
손성연 씨앤씨종합건설(주) 대표는 업계 이기주의 보다는 상호간 협조를 통해 중심점을 찾아 보다 나은 건설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종합건설업계 입장에서 이번 개선 방안은 맞지 않는 부분이 여러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종합과 전문간 등록 기준이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상호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상이한 등록기준을 그대로 둔 체 시공 자격을 준다면 불공정한 시장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등록기준부터 개선한 뒤 업역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건설업체의 컨소시엄 무제한 허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그는 ”무제한적인 전문 컨소 구성 시 종합건설업계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해 중소규모 종합업계의 물량이 전문업계로 빼앗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면허’ 자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자 보수 책임이 불명확하고, 공종간 연계성이 높을 경우 협의 지연 등으로 공기를 맞추지 못해 결국 소비자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종합건설업계 역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종합업계의 98%가 중소업체이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업역 개편은 종합업계에 대한 배려는 없이 전문업계만 보호하는 방안이다. 공정한 시장과 경쟁 환경을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갈등을 유발하는 제도가 아닌 상호 시장을 공평하게 개방하는 방안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합건설업계 ”종합≠대형|전문≠영세, 업역 ‘전면적’ 개편 ‘분쟁’ 차단“
종합건설업계가 주축인 ‘대한건설협회’는 이번 개선 방안이 ‘종합업종’에 대한 ‘희생’만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은 ”종합업계에도 93%가 전문업계와 동일하게 보호 받아야 할 ‘중소규모 업체’“라며 ”공청회 자료를 보면서 마음이 무겁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이 실장은 ”개편 내용은 현행 기본틀을 유지하고, 소폭 개선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종이 유지된다면 해당 업종은 해당 업체가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단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 나와 있지만, 현재 법으로 금지하는 전문업체간 하도급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것도 법 체계와 맞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업종별 등록기준이 다른 만큼 이 격차를 인지해 공평한 선에서 시장이 개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업체와 전문업체의 연간 운영비 차이가 상당한데 이에 따른 원가 경쟁력을 종합업계가 전문업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한 단계적으로 업역을 개편할 경우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만약 금액을 기준으로 바꾼다면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해외건설시장 진출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건 업종 폐지를 검토하는 대목에 대한 재검토 요청이다. 실제로 토건업종의 시평액은 대형업체가 해외사업을 수주할 때 사용되는 만큼 이 부분이 폐지되면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문건설업계 ”건설산업 경쟁력=전문건설 경쟁력, 불공정 경쟁 요소 제거 必“
전문건설업계는 건설산업 혁신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세부 추진 과제에서는 종합건설업계와 이견을 보였다.

김응일 서천건설(주) 대표는 ”지금의 건설시장 경쟁력은 전문업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 시장 발전의 중심도 전문업계“라고 자신했다. 이어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업역, 업종 개편이 잘 안착되길 기대한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는 ”업역 전면 폐지는 규모나 노하우 등을 종합해 볼 때 미처 준비되지 않아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며 “실질적인 복합공사를 도급받을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시장의 진입이 용이한 환경을 마련해 전문건설업체의 내력을 키울 기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전문업계가 떠안는 다양한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입찰 자격, 공동도급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 채제에서 권한은 ‘종합업체’가 쥐고 있고 각종 책임은 ‘전문업체’로 떠넘기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전문업체가 공사를 계약할 때는 계약이행보증, 장비 지급보증, 하자보증을 모두 발급하는 등 책임만 안고 있다”며 “복합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조한의 공정한 경쟁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합시장 진출을 위한 전문업체 간 공동도급은 혜택이라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건설업계 “영세업종 보호, 文 정부 지향점과 일맥상통”
전문건설협회 역시 ‘개선 방안’에 실망감을 표출했다. 업계가 요구해온 ‘종합’과 ‘전문’간의 경쟁력 차이를 인지하고 방안 마련을 강조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원규 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본부장은 “금액, 공종 등 종합과 전문간 경쟁 구간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업역 1차 폐지는 ‘시범사업’ 성격인 만큼 경쟁구간이 지나치게 넓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소전문업체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경쟁구간에서는 ‘영세구간’을 별도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억원 이하 소규모 시장이 종합업계는 전체의 8% 수준이지만, 전문시장은 전체의 70% 이상, 건수로는 99%에 달하는 점에서 전문업계의 ‘생명줄’이라는 주장이다.

이 본부장은 “영세업체 보호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 철학과 같다”며 “소규모 복합공사 기준을 10억원으로 높이는 동시에 현재 업계 고충을 가중시키는 각종 조건을 삭제해 제도 운영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업체가 복합공사에 진입하기 위한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업종의 70%가 단일 면허를 소지한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종합업체 면허로 전문업종 영역에 참여하는 ‘만능 면허’가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도 언급했다. 종합업체가 전문공종으로 진입하는 것은 반대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건설협회는 “종합업체의 페이퍼컴퍼니 양산을 막기 위해 직접시공을 원칙으로 하는 동시에 하도급 규모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한이 없다면, 종합업체의 하도급 남발 등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이원규 본부장은 종합업계가 주장하는 ‘등록기준’ 차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등록기준을 보면, 전문업계는 입찰 참가 시점에서 ‘기술자’를 보유해야 하지만, 이는 상시 보유에 해당하는 조건으로, 종합업계가 장비를 일시적으로 임대하는 것과는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계설비협회 “해외 진출 위한 글로벌 기준 마련 고민해야”
건설산업의 한 축인 기계설비업계는 해외시장에 통용될 수 있는 글로벌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현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한국에만 있는 ’칸막이식‘ 규제를 없애야 한다”며 “고착화된 하도급 구조에서 불공정 거래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계설비산업은 100% 직접시공으로 진행, 기술 능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며 “통합발주방식에서 벗어나 공동도급, 시공책임형 CM 등 공사 특성에 맞는 형태로 다양하게 발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업역 폐지 필요성 관련 목소리 꾸준히 청취···업계 ’열린 자세‘ 당부”
김영한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은 “생산구조 개편에 대한 업계 관심이 많다는 걸 느낀 자리였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십분 이해한다”며 “자신의 시장은 최대한 보호받고, 다른 시장은 유리하게 가져오려는 경제 주체의 당연하고 합리적 선택과 판단이지만, 이로 인해 업계간 갈등만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오늘의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40여년 전 만들어진 업역 구분은 선과 악을 평가하는 제도가 아니다. 특히 경제 여건에서도 이렇게 오래토록 유지된 제도도 보기 드물다”며 “국토연구원의 이번 연구는 건설산업의 백년대개를 바라보는 결과물로 다양한 쟁점에 대해 업계 의견을 조정하고, 적극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종합·전문업계 “시설물유지관리업, 업종 개편 필요하다” 한목소리
이날 공청회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 모두로부터 성토를 받았다. 양 업종 모두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낸 것.

양측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기존 시설물의 유지보수를 위해 탄생한 업종이 건산법 편입 이후 변질돼 사실상 ’만능 면허‘가 됐다고 주장했다. 당초 도입 목적인 ’유지보수용역‘에서 ’대수선을 포함한 개보수공사‘를 모두 수주함으로써 불만이 깊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의 경우, 일상적인 점검용역이 본질인 만큼 업무는 성능 점검과 여기에 따른 경(輕)보수에 한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체계 개선 방안을 통해 근본적 개선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설물유지관리업계 종사자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특별법으로 생겨난 업종이다. 우리 역시 법정단체인 만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건설산업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반드시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설물유지관리협회 관계자는 “당초 국토교통부가 ’오늘 공청회에서 업종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해 오늘 행사에 패널로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가만히 있다가 뒤통수 맞았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저작권자 © 국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추가
[관련기사]
국토연구원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 업역 규제 완화 필요”삭제
김주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