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건설시장 진출 앞서 필요사항 경청해야”

건축학회, 남북 건축산업발전 대토론회 ‘성료’···류길재 前 통일부 장관 등 100여 명 참석

■ 남한 압축성장·신도시개발 성과 되돌아 봐야···부작용 고스란히 이식하는 꼴
■ 북한시장 단순 신성장 ‘돌파구’ 인식 문제 있어···왜 진출하는가 답할 수 있어야

▲ 대한건축학회 통일건축산업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대한건축학회 강당에서 ‘남북 건축산업발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건축학회 이현수 회장(앞줄 중앙), 통일건축산업위원회 김대익 위원장(앞줄 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토론회 발제자, 토론자 등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건설업계가 북한시장으로 진입하기에 앞서 먼저 북한 당국이 필요하는 것을 파악하는 리스너(Listener·경청자)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한국 정부가 후진국에 구호물품을 지원하기 전 필요사항을 듣는 단계가 북한과의 교류에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한건축학회 통일건축산업위원회(위원장 김대익)가 지난달 31일 건축학회 강당에서 개최한 ‘남북 건축산업발전 대토론회’가 성료했다. 행사에는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이태식 한국건축기술연구원 전 원장, 경제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박사를 비롯해 건축학회 회원 100여 명이 참석해 ‘북한 건축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건축학회 이현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북한 핵실험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가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급반전했다”며 “남북관계가 발전되면 건축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건축수준과 기술력은 남한과의 차이가 있다며 ”이번 토론회가 남북 건축가, 학계 전문가가 모이는 교류 확대를 위한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익 통일건축산업위원장도 환영사를 통해 ”통일은 이뤄지고, 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건축분야는 하나로 뭉쳐 통일 시대를 당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세기 통일을 실현한 독일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통일 자체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며 ”한국도 하나씩 준비해 통일을 대비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주제발표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류길재 전 장관(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북한 시장 진출을 ‘돈벌이’ 대상으로 본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며 산업계의 장밋빛 전망을 과감하게 꼬집었다. 특히 단순히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북한을 설득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나 일본 자본과의 차별점 등을 한국이 마련할 수 있어야 하며, 북한의 요구(Needs)와 기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대답할 자세가 갖춰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건축학회에 ▲평화 ▲공존 ▲협력 ▲호혜 ▲공동 번영 등 다섯 가지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고민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단순히 한국이 자본금을 지원하니, 따라오라는 식으로눈 북한 정부를 욺직이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종석 휴다임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는 ‘한반도 평화시대의 건축정책’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건축학회는 실제 교류에 앞서 올바른 대북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동시에 선제적인 접근 노력이 필요하다”며 “건축계의 합리적인 정책 제안과 함께 효율적인 대북사업의 모델 개발이 안정적인 협력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를 통해 일관된 대북정책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한의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분야별 용어, 기준, 법령 등의 통합을 위한 합동 연구 방안을 위한 남북 전문가 세미나, 학술대회 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밖에 경협 발전 방안으로는 성공사례로 볼 수 있는 ‘개성공업지구’를 중심으로 한 경협모델의 발전 방안을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북한 지방도시의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장마당 현대화 등 개량사업모델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옥종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국제민관협력체계를 활용한 북한 의료서비스 개선방향’이라는 순서에서 “건설산업이 북한의 ‘주거문화 개선’보다 ‘의료시설 개선’ 사업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0년 경제 붕괴 이후 의료시스템도 사실상 붕괴돼 장마당에서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부터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옥 교수는 “결핵처럼 장기 치료를 요하는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병동이 필요하다”며 “북한 환경에 적합한 다목적 ‘전통패널하우스‘를 기증해 낙후된 의료시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지역에 적합한 건물로 ▲가격 부담이 적은 건물 ▲누구나 신속히 설치 가능한 건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한 건물 ▲전통문화를 살린 건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 예로 유진벨재단이 진행하는 ‘결핵환자 격리치료 병동 공급사업’을 꼽았다.

옥 교수에 따르면, 유진벨재단은 에스와이패널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전통패널하우스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사업 역시 UN제재 강화로 반출 대기 상태로 묶여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옥 교수는 전통패널하우스가 노후된 농촌 건물을 개선할 수 있으며 홍수와 폭설, 한파 등의 재해가 빈번한 지역에서 신속한 공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별한 건설장비 없이 사람의 힘만으로도 짧은 시간 내 시공 가능하고, 병동 1개 당 제작, 운송, 설치비용이 5,000만원 이하로 저렴하다며 건축계의 관심을 호소했다. .

그는 “건축인이 남북평화시대를 맞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우선 순위’를 찾는 것”이라며 “비전통적 안보요소인 ‘건축’의 역할부터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서 안병욱 학회 건축연구소 부소장은 “건축업계를 비롯해 한국사회가 통일에 대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동안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며 “개성공단 사업 중단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준비할 기회가 너무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 연구를 수년간 해오면서 자료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정보 획득과 교류 활성화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 없이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익대 정재용 교수는 “남북평화시대가 도래할 경우 상대적 우위에 있는 북한을 상대로 전세계 기업과 자본이 참여할 것”이라며 “남한 기업과 자본만이 기회를 쟁취할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평화시대에서는 더욱 치열한 경쟁체제가 펼쳐질 수 있다는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정 교수는 “평화시대를 단순히 편익, 기술 우위로만 북한에 접근하는 생각은 금물”이라며 “한국 정부의 도시계획, 건축정책과 기술의 한계나 부작용을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정책, 기술에 대한 반성 없이 북한에 진출한다면 그동안 신도시 개발, 압축 성장의 한계점을 고스란히 북한에 이식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 정부와 건축학회 등이 그간의 한계를 되돌아보고 좀더 국제적 기준과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시, 건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통일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